언페어 – 진실을 향한 싸움, 정의는 누구의 것인가
‘언페어(UNFAIR)’는 2025년 tvN에서 방영된 사회파 법정 스릴러 드라마로, 진실을 쫓는 사람들의 도덕적 딜레마와 권력의 부패를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제목 그대로, 이 드라마는 ‘세상은 본래 불공평하다’는 냉혹한 현실을 주제로 삼으며, 누가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단순한 법정물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의 모순을 정면으로 겨냥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줄거리: 정의를 가장한 부패의 그림자
주인공 한도윤(조승우)은 서울중앙지검의 특수수사부 검사다. 그는 철저히 원칙주의자이며, 어떠한 권력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원칙은 어느 날 한 사건을 계기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대기업 ‘하람그룹’의 회계 부정 사건을 수사하던 중,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과거 그 그룹의 법률 고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실을 밝히려는 그의 의지는 개인적 죄책감과 맞물리며 복잡한 내면 갈등으로 이어진다.
한편, 진실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탐사 기자 윤지안(김태리)은 검찰의 부패를 폭로하려는 기사를 준비 중이다. 그녀는 한도윤 검사와 우연히 협력하게 되면서, 서로의 신념이 충돌하는 위험한 동맹을 맺는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진실을 추적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의’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불의가 감춰져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핵심 메시지: 정의는 상대적이다
‘언페어’의 가장 큰 주제는 ‘정의의 상대성’이다. 도윤과 지안은 모두 정의를 믿고 행동하지만, 그 방법과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도윤은 ‘법의 정의’를, 지안은 ‘사람의 정의’를 지향한다. 이들의 대립은 단순한 신념의 충돌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가진 법과 도덕의 모순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법은 정의를 대변하지만, 때로는 진실을 감춘다.”라는 대사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작품은 매회 새로운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각 에피소드가 모여 결국 하나의 거대한 진실로 이어진다. 하람그룹의 비리, 정치권의 은폐, 검찰 내부의 배신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시즌 후반부에는 ‘정의’를 말하던 이들이 결국 권력에 의해 이용당하는 아이러니가 폭로된다.
연출과 대본: 현실과 픽션의 경계
‘언페어’는 이태곤 감독의 차가운 시선과 정하윤 작가의 촘촘한 대본이 만나 완성된 작품이다. 감독은 법정과 기자실의 공간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면서도, 인물의 감정선에 따라 카메라의 시점을 변화시킨다. 특히 긴급 체포 장면이나 기자회견 장면에서 핸드헬드 촬영을 적극 활용하여, 마치 실제 뉴스 보도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준다.
정하윤 작가의 대본은 간결하면서도 묵직하다. 인물의 대사 한 줄 한 줄이 메시지성을 띠며, 현실 사회의 부조리를 그대로 반영한다. 예를 들어, 도윤이 상관에게 외치는 대사 “정의는 당신의 소유물이 아닙니다!”는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이 대사는 단순히 드라마 속 한 장면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외침으로 읽힌다.
배우들의 열연과 케미스트리
조승우는 냉철하고 원칙적인 검사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의 단호한 눈빛과 차분한 어조는 권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물의 강단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반면 김태리는 현실적 정의를 좇는 기자 윤지안 역으로, 감정의 폭발과 절제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명연기를 선보였다. 두 배우의 케미는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한다.
조연으로 등장한 박해준은 부패한 검찰총장 역으로 존재감을 뽐냈고, 이솜은 내부 고발자이자 검찰 서기관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들의 연기 조합은 드라마 전체의 리얼리티를 강화하며, 각 인물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했다.
결말: 진실은 끝내 묻히지 않는다
마지막 회에서 도윤과 지안은 결국 하람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세상에 공개한다. 그러나 도윤은 내부 고발자로 몰려 해임되고, 지안은 언론계에서 퇴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웃는다. “우린 졌지만, 진실은 남았다.”는 대사로 마무리되는 이 결말은, 정의의 완전한 승리보다 ‘진실을 말할 용기’의 가치를 강조한다.
‘언페어’는 결국 사회의 거대한 부조리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한 사람의 신념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것이 바로 이 드라마가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이다 — “정의는 패배할 수 있어도,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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