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거짓말 – 진실보다 위험한 사랑의 미로
‘하얀 거짓말(White Lies)’은 2025년 SBS에서 방영된 심리 멜로드라마로, 진실보다 더 위험한 사랑과 거짓의 경계를 다룬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사랑, 배신, 그리고 용서를 주제로 하며, 인간이 타인을 속이는 이유와 그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거짓말에도 이유가 있다’는 도덕적 모호함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시청자에게 강한 심리적 긴장감을 선사했다.
줄거리: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
주인공 윤서아(수지)는 유명 심리상담사로, 세상 모든 거짓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과거의 비밀이 있다. 5년 전, 상담을 받던 환자가 자살한 사건 이후 그녀는 ‘진실은 사람을 구하지 못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그 사건의 트라우마는 그녀를 냉정하고 이성적인 인물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깊은 외로움을 남겼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재벌가 후계자이자 성공한 기업가 강재원(이도현). 그는 완벽한 미소 뒤에 숨겨진 어두운 비밀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서아에게 심리상담을 의뢰하면서 접근하지만, 사실 그의 진짜 목적은 서아가 과거에 숨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거짓 속에서 예기치 못한 감정이 피어나기 시작하며,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에 빠져든다.
심리 스릴러와 멜로의 완벽한 조화
‘하얀 거짓말’은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세밀하게 해부하는 스릴러에 가깝다. 서아와 재원의 관계는 처음부터 불안하게 시작된다. 상담사와 환자의 관계라는 윤리적 한계, 그리고 각자의 거짓이 서로를 얽어매며 진실로 다가가는 과정이 치밀하게 전개된다. 시청자들은 매 회 “이번엔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라는 의문 속에 빠진다.
특히 7화에서 재원이 서아의 상담실 벽장 속에서 과거의 녹취 파일을 발견하는 장면은 긴장감의 절정을 이룬다. 그 녹취에는 서아가 숨기려 했던 사건의 음성이 담겨 있으며, 그것이 바로 재원의 형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임이 드러난다. 이 장면은 드라마의 핵심을 관통하는 전환점으로, ‘거짓은 진실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는 주제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연출과 영상미: 차가운 미학의 결정체
연출을 맡은 김성윤 감독은 차가운 톤과 절제된 카메라 워크로 인물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상담실의 유리 벽, 비 오는 도시의 회색 배경, 그리고 인물의 표정 하나하나가 상징적으로 사용된다. 특히 서아가 혼자 있는 장면에서는 주변의 소리를 모두 제거하고 심박수만 들리게 하는 연출이 돋보였다. 이러한 미장센은 인간의 내면을 감정적으로 압축해 표현하며, 드라마의 서늘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음악 또한 인상적이다.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화로 이뤄진 OST는 감정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메인 테마곡 ‘Whiter Than Truth’는 극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음악으로 대변하며, 서아의 내면적 갈등을 상징한다.
인물의 심리와 배우들의 열연
수지는 이번 작품에서 그동안 보여준 청순한 이미지와 달리, 냉철하면서도 감정이 억눌린 인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그녀는 감정 표현을 절제하면서도 눈빛 하나로 심리적 긴장감을 전달한다. 반면 이도현은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그의 미묘한 표정 변화는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조연진 또한 탄탄했다. 서아의 조력자이자 동료 상담사 역으로 등장한 김혜준은 극의 이성적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맡았으며, 서아의 비밀을 눈치채고 점차 진실에 접근하는 인물로서 긴장감을 더했다. 각 인물의 감정선이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심리적 밀도는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결말: 진실은 언제나 남는다
‘하얀 거짓말’의 마지막 회는 많은 여운을 남긴다. 서아는 결국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재원에게 모든 진실을 고백한다. 그러나 진실을 알게 된 재원은 복수 대신 용서를 택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긴 채 각자의 길을 걷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아가 상담실 창문을 열며 말한다. “거짓은 언젠가 흩어지지만, 진심은 남아요.” 이 한마디는 드라마 전체의 주제를 완벽히 요약한다.
결국 ‘하얀 거짓말’은 진실을 향한 여정이자, 용서를 통해 자신을 회복하는 이야기다. 거짓이 누군가를 지켜줄 수는 있지만, 결국 그 거짓에 갇히는 것은 자신이라는 점을 조용히 일깨운다.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차분하게 그려낸 이 드라마는 단순한 멜로를 넘어 심리 스릴러의 깊이를 더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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